성실하게 살기에는 너무 게으른 나는 매일 아침 어떻게 하면 출근하는 시간을 줄일까 고민한다. 전철에 몸을 싣기 전 시간표를 체크하고 빠르게 환승하기 위한 하차위치를 확인하는 일은 귀찮지만 피할 수 없다. 지도앱이 없었을 시절이라면 아마도 나는 지하철시간표를 다 외우고 다녔을 지도 모른다. 편리함의 부산물인 망각은 뭐 담에 또 생각하고..
환승역에 도착하여 문 두개가 열리고 나면 너나할 거 없이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다음 환승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계단 위를 뛰어서 오르고 멈춘 무빙워크 위를 달린다. 다들 어디 가려고 그리들 급하게 경쟁할까? 아침마다 보는 사람들의 달리기는 경쟁하러 가기 위한 프리게임처럼 느껴진다. 학교 다닐 때 채플 들으려고 뛰어다녔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뛰는 광경을 보면 나는 나도 모르게 조바심을 느끼고 함께 달릴 때도 있거나 경주대열에 동참하고 싶은 의욕을 상실할 때도 있다.
이 무의미한 경쟁에서 이기는 법은 더 빨리 달리는 것도, 효율적인 동선을 구축하는 것도, 지하철 시간표를 다 외우는 게 아니라 그냥 좀 더 일찍 일어나는 일일텐데 내일 아침도 나는 더 누워있으려고 달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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