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한테 차이고는 이제부터 일 뿐이다 싶었지만 갑자기 시간이 많아진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괴로운 여가시간을 보내게 되자 나는 여가 유틸을 높일 요량으로 친구도 만나고 이도 만나보고 저도 만나보았다. 마치 애인한테 구속된 삶 속에서 억압된 싱글의 자유라도 누려보겠다는 사람마냥.
쉽게 오면 쉽게 가는 사이에서 주고 받는 건 뭘까? 마음? 시간? 동정? 체액이나 타액? 그렇다면 붙잡지 않는 미덕이 있는 사이는 되려 건조하다기보다는 끈적함에 더 가까울 거다.
누구든 만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자 누구도 만나기 싫어졌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은 좋은데 슬프기도. 나는 알고 있다. 내가 배타적이고 로맨틱한 관계를 지향한다는 것을. 하지만 외면하고 싶은 건 즐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겁이 나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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