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주의)

 

현실에 저런 형사가 어딨어.. 싶은 말도 안 되는 캐릭터 때문에 몰입이 조금 어려웠지만 사랑에 대해 말하는 아름다운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드러나는 사랑의 본질은 뭘까? 나는 크게 3가지가 있다고 본다.

1. 상대방의 소리에 집중하고 의미를 파악하려 애쓰는 것

듣고 있자면 눈물 나는 사람의 목소리가 있나요? 나는 인도사람 인터뷰할 때 그렇더라..

서래가 한국말을 잘 못하는 중국인이라서, 남편을 죽였다는 혐의를 갖고 있는 피의자이기 때문에 관객은 어쩔 수 없이 그녀가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돌연 모국어로 말하는 순간에는 몇 초 기다렸다가 번역기가 읊어주는 부정확한 메세지에 대해 귀를 쫑긋하고, 그것이 무슨 의미일까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해준은 동료 형사의 핀잔처럼 피의자의 말을 너무 많이 들어주는 형사인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래에 대해 지나치게 집중하고 빠져든다. 서래 역시 해준이 한 말을 녹음한 것을 두고 두고 듣는다. 똑같이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지.  

2. 나에게 위해를 가할 지도 모르는 상대방에 대해서도 용기를 갖는 것

사랑하면 겁이 없다. 갑자기 분위기 파크 하얏트

서래는 자신의 어머니를 약물로 안락사한 적이 있으며, 남편을 산 정상에서 밀었다는 정황을 가진 인물이다. 그런 서래가 해준을 설산에 데리고 가서 자신이 고소공포증이 있으므로 조상의 유골을 대신 뿌려달라고 할 때, 해준은 그녀가 물리적으로 자신에게도 위해를 가할까봐 의심하고 긴장한다. 불확실한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 두려워하고 의심하는 그 장면은 사랑이 갖는 긴장감을 잘 보여주었다. 해준은 사실 사랑에 용기까지 내는 인물은 절대 아니었고, 그저 나를 죽여도 하는 수 없다는 식의 체념의 태도를 갖고 있었지만.. 형사로서 '붕괴'되었으며 파도 속에서 부딪혀서 산산조각나는 바위나 모래처럼 파도처럼 떠밀려오는 사랑 앞에서는 자신이 부서지든 말든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한편 매주 섹스를 하자고 약속하는 금실 좋아보이는 주말부부에게는 규칙과 질서가 존재하지만 그 곳에 위험은 없다. 나의 아내는 나밖에 몰라. 하는 안일한 마음은 결국 마지막에 더 젊고 섹시한 유태오 분이 나와서 부셔준다.

3. 상대방을 통제하거나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

헤어질 결심 장면은 못 찾아서 색계 장면으로 대체

서래에게 사랑한다고 자주 외치는 2번 째 남편에게 서래는 담배냄새도 못 견뎌주면서 말로만 사랑을 한다고 힐난한다. 한편 해준의 아내는 그가 담배를 피울까봐 걱정이 되어 선제적으로 도라지 따위를 구하거나, 서로의 정욕이 사그러들까봐 각종 건강식품을 챙긴다. 사실 나는 그런 엄마같은 숨막히는 케어도 사랑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남자들은/아니 때로는 나도 그런 것을 피하고 싶은 것 같다. 

+) 그리고 부끄러운 마음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서래가 담배를 피면서 숨죽여 웃는 장면이었는데, 해준은 그녀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고 착각했다. 나중에 해준이 울었다고 생각을 했을 때 서래가 부끄러워한 게 그녀가 해준을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하고 깨닫았다. 그래서 난 별로 그 이후의 스토리에 서스펜스를 느끼지 못했다.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그냥 조용히 사라진다. 거품이 된 인어공주처럼. 

결국 사랑은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탐구하고 알아가는 과정이다. 지혜를 사랑하는 철학(philosophy)처럼 계속 공부하고 실천해야하는 바인데 나는 잘 모르겠다. 사랑을 알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웃기고 사랑은 하나도 모른다고 말하는 놈도 병신같다. 하긴 뭐 그 중 제일 바보는 나겠지.

이건 그냥 웃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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