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때가 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때라는 말을 듣고 아무나 사랑해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사람은 아무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을 때 누구도 만날 수가 없다. 복수는 곧 분산이자 집중의 정반대니까.
여럿이란 내게 어렵다. 자신은 폴리가미신봉자도 아니고 욕정에 눈이 멀어 여러 신체를 가질 수 있는 몸도 아니고 무엇보다 마음의 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새로 누구를 들일 여유도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순수한 마음 단 하나를 바라는 것일진대 그 대상을 찾는 과정이 그리 재밌거나 즐겁지만은 않다. 나는 그걸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 초여름을 고독 속에서 보내왔지만 몇 번의 지겨운 장마가 계절과 나의 기운을 다 앗아갔듯 애정의 엔트로피는 요연해보인다.
가을이 오면 어떤 결실이 있을까? 거둘 게 없어 보이는 올해 농사는 다 망했네.
무모함과 무력감
2022. 8. 16.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