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오늘 들은 이야기
마침내 양성
0일차.
월요일에 가족이 확진되고 나는 멀쩡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날 밤부터 근육통이 시작되었다.
1일차.
화요일에는 하루종일 열이 펄펄 끓어 그 전까지는 덥게 느껴지던 실내온도가 너무 춥게 느껴졌다. 몸은 뜨거운데 춥다니.. 정신도 오락가락하고 죽 1/3만 먹고 타이레놀만 쑤셔넣었다. 그것도 제때 챙겨먹지 않아 자다가 열이 좀 내린 것 같아 안도하면 다시 온 몸이 불덩이가 되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아픈 적은 처음이었고 바보같은 생각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집에서 키트검사를 했을 때는 여전히 음성이었다.
2일차.
아픈데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약만 먹으니 머리가 핑핑돌아 일어나자마자 집에 있는 과일만 먹었다. 자두가 참 맛있게 느껴져서 여름에 아파서 다행이다 싶었다. 다시 약 먹고 잠만 잤다. 3일 째 암막커튼을 열지 않아서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겠고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 병원에 갈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하루빨리 출근을 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양성판정을 받아야하므로 가볍지만 무거운 몸을 침대에서 겨우 끌어내렸다.
열이 좀 내렸다싶어 근처 이비인후과를 갔더니 체온은 37.6도였다. 사실 며칠만에 밖에 나가니 바깥 공기에서 풍겨오는 각종 냄새들 때문에 구역질이 나서 코로나는 아닌가했는데 결국 양성판정을 받았다. 열 좀 내리라고 해열제가 든 수액을 받고 나니 그 이후로는 고열에 시달리진 않았다. 타이레놀도 꼬박꼬박 먹었고.
3일차.
그리고 오늘은 말이 잘 안나온다. 편도가 부은 게 스스로도 느껴져서 아이스크림을 어젯밤부터 목에 밀어넣고 있다. 응 내 탄단지 밸런스 붕괴. 향후 남은 증상들은 동거인의 과거가 내 미래인 셈이라 주시하고 있다. 녀석 웃으면서 유튜브 보는 걸 보니 주말 지나면 나도 좀 괜찮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