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이 있다고 가정하자.
거주자가 갑자기 유배된 것도 아니고
거주지가 갑자기 솟아오른 곳도 아닌
그 섬이 표류하게 된 나는
네가 없이도 잘 살아보려고
짜장면을 발명해 먹어볼테다
내가 없이도 잘 살길 바라며
잡히지 않는 주파수를 조정할테다
최소한의 단위도 모르면서 미세하게
전부 다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아프거나 권태롭거나

나랑 너랑 만나고 말고 걔랑 쟤랑 자고 일어나고 오고 가고 벌리고 저버리고 되로 주고 말도 못 받고 침을 뱉어달라는 요청에도 속이 시원치가 않고 구녕까지 들이밀어도 돌아오는 거는 없고 없는 뺑이를 쳐도 남는 거는 남루하고 별 소란을 피워도 담배나 피우고 연기에 떠도는 연민만이 나를 감싸고 연인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고도를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고난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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