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겨울 옷장은 빽빽하다. 입을 옷이 많다는 것은 아니고 부피가 있는 옷들을 작은 옷장에 구겨 넣다시피 보관해서 그렇다. 그렇다 보니 겨울마다 빽빽한 옷걸이 사이로 옷을 꺼내는 일은 하루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지난 겨울 내내 나는 까만 후리스 집업을 작은 옷장에서 내내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한 번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 옷을 겨울용 외투 박스에서 미처 꺼내지 못하고 빠뜨렸나하는 생각에 찾다가 포기하기도 했다. 찾으려고 하면서도 포기했다. 

 

겨울이 다 지나고 봄도 지나가는 즈음에야 겨울용 외투를 정리하면서 그 옷장 속에 내가 찾던 옷이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 어떤 외투와 외투 사이에 끼여 있느라 못봤다.

 

 

날이 많이 쌀쌀해져서 패딩 안에 입을 외투를 찾다가 작년에 존재하지만 존재하는 줄 모르고 있어서 결국 찾는데 실패한 옷을 생각했다.

 

어차피 찾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면 찾고자하는 대상의 존재에 대한 기대와 확신은 찾는 과정을 수월하고 덜 괴롭게 만든다.

 

난 그래서 있다고 생각하기로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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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가 흘렀는데도 생활의 반경은 어떠한 쳇바퀴 내에서만 머무르고 있다.

친구들은 그 동안 많이도 변했다. 애인도 생기고 직업도 생겼다.

그들을 보니 나는 내가 변한지도 모른 채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득 이전의 내가 궁금하고 그립기도 해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과거의 흔적들-메모장을 다시 살펴보았다.

과거의 나에 대해 그간 스스로는 아는 것이 부족해서 멍청한 시절이었다고 평가해왔는데

이제 와서 다시 돌아보니 나는 배운 것은 늘었지만 빛나는 사유는 정지하고 말았다.

지금의 내가 더욱 아둔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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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보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욕망이 사라지면 자기가 호의를 베푼 일로 말미암아 후회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중에 사랑 때문에 자신이 입은 손해를 따지지만,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애인을 세상에서 가장 아끼며 그들에게 모든 호의를 베풀 준비가 갖추어져 있다고 말하지만,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이 새로운 애인을 얻는 순간 애인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라는 것은 뻔한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열병에 사로잡혀 분별이 없음을 알면서도, 그런 자신을 억제하지 못한다.

(중략)...

사랑하는 사람들은 공명심에 사로잡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애정행각을 떠벌리지만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제력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평판 대신 실속을 챙겨 가장 좋은 것을 택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두려운 존재다.

그들은 소유욕에서 비롯되는 질투심 때문에 자신의 애인이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을 방해하고 그를 외톨이로 만든다.

결과 애인이 슬기롭게 처신하려고 하면 그들은 불화에 빠질 밖에 없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은 질투를 모른다.

그들은 사랑 탓이 아니라 탁월함 탓에 자신에게 필요한 , 교제가 이익이 된다는 생각에서 교제를 지지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애인의 행동거지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육체에만 관심을 뿐이기 때문에 육체적 욕망이 충족된 뒤에도 친구로 남아 있을지 확실치 않다...

 

 

 

사랑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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