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겨울 옷장은 빽빽하다. 입을 옷이 많다는 것은 아니고 부피가 있는 옷들을 작은 옷장에 구겨 넣다시피 보관해서 그렇다. 그렇다 보니 겨울마다 빽빽한 옷걸이 사이로 옷을 꺼내는 일은 하루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지난 겨울 내내 나는 까만 후리스 집업을 작은 옷장에서 내내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한 번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 옷을 겨울용 외투 박스에서 미처 꺼내지 못하고 빠뜨렸나하는 생각에 찾다가 포기하기도 했다. 찾으려고 하면서도 포기했다.
겨울이 다 지나고 봄도 지나가는 즈음에야 겨울용 외투를 정리하면서 그 옷장 속에 내가 찾던 옷이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 어떤 외투와 외투 사이에 끼여 있느라 못봤다.
날이 많이 쌀쌀해져서 패딩 안에 입을 외투를 찾다가 작년에 존재하지만 존재하는 줄 모르고 있어서 결국 찾는데 실패한 옷을 생각했다.
어차피 찾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면 찾고자하는 대상의 존재에 대한 기대와 확신은 찾는 과정을 수월하고 덜 괴롭게 만든다.
난 그래서 있다고 생각하기로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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